서울시청광장

2009.05.27 21:44

zeno 조회 수:78273

서울시청광장사용이 오세훈 시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행안부 장관에 의해

거부 되었습니다. 왜 그랬을까? 거부의 부담도 클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

유시민 전 장관의 "넥타이를 고르며" 를 본 순간 그 이유가 자명해 지더군요.

아래의 시구절 중

넥타이를 고르며
눈을 감고 꿈을 꾼다
5월 29일 서울시청광장 路祭(노제)에서
노란풍선 백만 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

이 부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.


아래는 시의 전문입니다.


      넥타이를 고르며
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유 시 민 09. 05. 27


옛 임금의 궁궐 안뜰에서 열린다
政權(정권)과 檢權(검권)과 言權(언권)에 逝去(서거)당한 대통령의 永訣式(영결식)
죄없는 죽음을 공모한 자들이
弔問(조문)을 명분 삼아
거짖 슬픔의 가면을 쓰고 앉아 지켜보는 그 영결식
그래도 나는 거기 가야만 한다
내 마음속의 대통령과
公式的(공식적)으로 작별하기 위해서

검정 싱글 정장을 깨끗이 다려두고
넥타이를 고르면서 묻는다
꼭 검은 것이라야 할까
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매고서 나는
이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
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
公式的(공식적)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

넥타이를 고르며
눈을 감고 꿈을 꾼다
5월 29일 서울시청광장 路祭(노제)에서
노란풍선 백만 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
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
사람사는 세상
7년전 우리가 나누었던 그 간절한 소망이
봄풀처럼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것을
시대가 준 운명을 받아안고
그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삶을 마감했던
그이의 넋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
백만 개의 노란 풍선에 실려
운명 따위는 없는 곳
그저 마음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으로

다시 눈을 뜨고 넥타이를 고른다
옷장 한켠에 오래 갇혀있었던
노랑넥타이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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